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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까지 가서 상담만 받고 온 날의 찝찝함

지난주에는 진짜 마음을 먹고 수원에 있는 성형외과 세 곳을 연달아 다녀왔다. 나이가 드니까 배 쪽으로 살이 몰리는 게 감당이 안 되어서, 이건 운동이나 내과에서 처방받는 다이어트 약으로는 도저히 해결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요즘 마운자로 같은 주사제가 유행이라길래 그것도 알아봤지만, 결국 처진 살은 물리적으로 걷어내지 않으면 답이 없다는 게 내 결론이었다. 상담을 예약할 때만 해도 금방 끝날 줄 알았는데, 막상 가보니 분위기가 생각보다 훨씬 무거웠다. 첫 번째 병원은 강남 쪽 대형 병원 출신 의사가 운영하는 곳이었는데, 들어가자마자 코조각주사부터 시작해서 허벅지 보톡스까지 이것저것 패키지로 묶으려는 느낌이 강했다. 나는 복부 쪽 고민을 말했는데, 자꾸 하체 라인을 언급하며 허벅지 마사지 관리까지 포함된 금액을 내밀더라. 대략 견적만 1,500만 원 가까이 나왔는데, 이게 맞는 건가 싶어 일단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속으로는 ‘내가 지금 뭘 들은 거지’ 싶었다.

엉덩이 보형물 권유에 당황했던 기억

두 번째로 간 곳은 좀 더 조용한 동네 병원 느낌이었다. 의사 선생님은 차분했는데, 갑자기 복부랑 엉덩이를 같이 해야 라인이 산다면서 엉덩이 보형물을 제안했다. 나는 사실 배만 어떻게 좀 하고 싶었던 건데, 수술 범위가 갑자기 전신 성형 수준으로 커지는 것 같아 솔직히 무서웠다. 보형물을 넣으면 나중에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혹시 부작용은 없는지 물어봐도 너무 원론적인 대답만 돌아왔다. 수술 시간만 6시간 가까이 걸릴 수 있다고 하길래, 그 말을 듣는 순간 아, 이게 단순히 ‘뱃살 좀 빼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구나 싶더라. 상담비만 인당 2만 원씩 냈는데, 그 돈이 아깝다는 생각보다는 내가 너무 쉽게 생각했나 싶어 괜히 마음이 쪼그라들었다.

수술과 마취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

마지막으로 갔던 병원은 실장님이 너무 친절해서 오히려 부담스러웠다. 수술 전후 사진을 엄청 많이 보여줬는데, 하나같이 다 드라마틱했다. 그런데 사진 밑에 깨알같이 적힌 ‘개인차가 있을 수 있음’이라는 문구가 왜 그렇게 크게 보이는지 모르겠다. 상담 중에 전신마취 이야기를 꺼내는데, 예전에 뉴스에서 봤던 사건들이 자꾸 떠올랐다. 수면마취도 아니고 전신마취를 해야 할 정도의 큰 수술을 내가 지금 감당할 수 있을까? 병원에서 주는 주의사항 안내문에는 금식 시간부터 회복 후 고압산소치료까지 꽤 복잡한 과정이 적혀 있었다. 이걸 다 지키면서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지 계산해보니 머리가 어지러웠다.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했다

상담을 다 마치고 수원역 근처에서 밥을 먹는데, 내가 대체 왜 이 고생을 하나 싶더라. 그냥 조금 더 운동하고, 식단 조절하고 살면 되는 거 아닌가 싶다가도, 거울 속 내 모습을 보면 또 그게 안 되고. 상담비 6만 원만 날리고, 몸은 몸대로 피곤하고, 마음은 더 복잡해졌다. 특히 보형물을 넣어야 예쁘다는 그 말 때문에 며칠째 잠을 잘 못 자고 있다. 내 몸인데 왜 다른 사람의 기준에 맞춰서 수술 계획을 짜야 하는지, 그게 참 이상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시 병원을 예약할까, 아니면 그냥 살을 조금 더 빼보고 다시 생각해볼까. 결론은 나지 않았는데, 일단은 조금 더 고민해보려고 한다. 무턱대고 수술대에 올랐다가 후회하는 것보다는 이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수원까지 가서 상담만 받고 온 날의 찝찝함”에 대한 3개의 생각

  1. 수술 범위가 갑자기 전신 성형 수준으로 커지는 게 정말 놀라웠어요. 저도 건강상의 이유보다는 외모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에 상담을 받아보곤 하는데, 이런 경험을 통해 다시 한번 자신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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