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오지 않아서 시작된 일들
사실 거창한 이유는 없었다. 그냥 어느 날부터인가 밤에 눈을 감아도 정신이 너무 말똥말똥해졌다. 처음에는 금방 지나가겠거니 싶었는데, 이게 한 달이 넘어가니 사람이 참 피폐해지더라. 낮에는 회사 일도 손에 안 잡히고, 동료들이 뭐라 말을 걸면 짜증부터 치밀어 올랐다. 결국 근처 병원을 찾았고 흔히들 말하는 수면제를 처방받았다. 처음 한 알을 먹고 잤을 때는 ‘아, 이게 사는 거지’ 싶을 정도로 개운했다. 그런데 한 달, 두 달 지나니까 약 없이는 아예 잠들지 못하는 몸이 되어가고 있었다. 오히려 약 기운 때문에 아침에 일어나면 멍한 느낌이 더 심해지고, 낮에 밥 먹을 때도 식욕이 별로 없어서 대충 대구 탕이나 갈치 구이 같은 거 조금 깨작거리다 마는 날이 많아졌다.
자율신경이 무너졌다는 말
결국 몸 상태가 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 더 근본적인 문제를 찾고 싶어졌다. 대구 달서구 쪽에 있는 한의원을 알게 된 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사실 처음부터 한방 쪽을 고집한 건 아니었다. 동네 소아청소년과 옆에 붙어 있던 곳이었는데, 그냥 지나가다가 ‘자율신경’이라는 단어가 크게 적힌 게 눈에 띄더라. 거기서 이것저것 검사를 받았는데, 단순히 잠을 못 자는 게 문제가 아니라 자율신경실조증 같은 상태라는 말을 들었다. 내 몸이 긴장 상태를 계속 유지하고 있어서 뇌가 쉴 틈을 찾지 못한다는 거다. 그 이야기를 듣는데 왠지 모르게 좀 울컥했다. 다들 겪는 스트레스라고 생각했는데, 내 몸은 이미 한계까지 밀려나 있었던 모양이다.
약물 의존에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한의원에서 치료를 시작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약을 끊는 과정이었다. 예전에 먹던 약을 한꺼번에 딱 끊을 수 있는 건 아니라고 해서, 한약이랑 침 치료를 병행하면서 천천히 줄여나갔다. 비용은 한 달에 대략 30~50만 원 정도가 들었는데, 솔직히 적은 돈은 아니다. 그래도 이 멍한 상태로 계속 살 수는 없다는 절박함이 컸다. 근데 치료를 받아도 이게 금방 드라마틱하게 변하는 건 아니더라. 가끔은 침을 맞고 나와서도 여전히 마음이 불안하고, 도대체 언제쯤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때가 많았다. 성형수술을 해서 얼굴을 고치는 건 바로 결과라도 보이는데, 이건 내 안의 문제라 눈에 보이지 않으니 더 답답하게 느껴진 것 같다.
멍한 상태로 보낸 주말
치료를 병행하는 와중에도 여전히 하루의 절반은 흐리멍덩하다. 예전에 읽었던 기사 중에 힘든 환경 속에서도 아이를 키우며 공황장애와 우울증을 겪는 엄마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땐 그 기사를 보면서 그냥 안타깝다 정도였지 깊게 생각 안 했다. 그런데 지금 내가 비슷하게 약을 먹고 멍한 상태로 있으려니 그때 그 기사 속 주인공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조금은 알 것 같다. 내가 겪는 우울감이나 불면증이 단순히 의지의 문제라기보다 몸의 밸런스가 한참 어긋나서 생기는 현상이라는 걸 인정하기까지 참 오래 걸렸다. 이제는 운동도 조금씩 하고 산책도 하려고 노력하는데, 밖에서 찬 바람 맞으면서 걷다 보면 내가 왜 이렇게까지 되었나 싶기도 하고.
여전히 남은 불확실함
솔직히 지금도 내가 완벽하게 나아지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오늘도 새벽 세 시에 겨우 잠들었다가 아침에 눈을 떴는데, 몸이 천근만근이다. 한의원에서 알려준 호흡법이나 이런 것들도 사실 매번 제대로 챙기지는 못한다. 가끔은 ‘그냥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지 않을까’ 하는 안일한 생각이 들 때도 있고, 어떤 날은 ‘아예 싹 다 그만두고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대구 어느 한구석에서 이렇게 나름대로 몸 추스르며 살고는 있는데, 예전처럼 아무 고민 없이 눕자마자 잠드는 그런 날이 다시 올 수 있을지 사실 조금 겁이 난다. 내일도 또 한의원에 예약을 잡아놨는데, 가서 또 같은 질문을 반복하고 있겠지.

침 치료를 병행하면서 한약을 줄이는 게 정말 힘들었는데, 몸 상태 변화가 바로 눈에 안 보이길래 더 속상했었어요.
밤에 눈을 감아도 정신이 너무 말똥말똥해지는 느낌, 정말 공감해요. 저도 비슷한 경험 때문에 몸의 균형 문제라는 걸 깨닫는 데 오래 걸렸던 것 같아요.
침 치료 후에 불안함이 좀 줄긴 했는데, 마음이 계속 불편한 느낌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