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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대충 넘기려다 결국 피부과까지 가게 된 날

설마 이게 화상일 줄은 몰랐다

며칠 전 저녁을 준비하다가 평소처럼 뜨거운 그릇을 그냥 맨손으로 덥석 잡았다. 사실 그전에도 비슷한 실수를 몇 번 했었고, 그때마다 찬물에 좀 담그고 있으면 금방 가라앉았기에 이번에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손가락 마디에 생각보다 꽤 크게 물집이 잡혀 있었다. 처음에는 그냥 밴드나 하나 붙이고 회사에 출근했는데, 컴퓨터 타이핑을 할 때마다 은근히 거슬리는 느낌이 들었다. 단순히 욱신거리는 정도였지 딱히 큰 통증은 없어서 그냥 두면 알아서 가라앉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병원에 가는 게 귀찮았던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회사 끝나고 굳이 시간을 내서 대기표 뽑고 기다리는 과정이 너무 지루하게 느껴지니까.

도트필이니 뭐니 하는 고민들

그렇게 하루를 뭉개다가 문득 피부과나 가볼까 싶어 동네 근처 병원들을 검색해봤다. 성수동 피부과니 인천 송도 피부과니 하는 곳들이 주르륵 뜨는데, 사실 내가 필요한 건 대단한 미용 시술이 아니라 그냥 상처 소독이었다. 예전에 점 빼느라 도트필 피부과를 알아본 적은 있었는데, 그런 거창한 시술 말고 그냥 간단히 봐줄 곳을 찾기가 왜 이렇게 어려운지 모르겠다. 바이오니아 같은 곳에서 탈모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JAAD 같은 학술지에 실렸다는 기사들을 보면서, 세상은 참 복잡하게 돌아가는데 나는 고작 물집 하나 때문에 이렇게 시간을 쓰고 있구나 싶어 허탈했다. 결국 고민 끝에 퇴근길에 그나마 야간 진료를 하는 피부과를 겨우 찾았다. 진료비로 대략 2만 원 내외를 썼던 것 같은데, 사실 이 정도 금액이면 그냥 약국에서 연고 하나 사서 바르고 말았어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병원에서 의사 선생님의 무심한 한마디

병원에 도착해서 대기실에 앉아 있는데, 나 말고도 다들 저마다의 사연으로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관절염 때문에 왔다는 어르신도 보였고, 피부 트러블 때문에 온 학생들도 있었다. 내 차례가 되어 들어가니 의사 선생님은 물집을 보더니 아주 담담하게 처치를 시작했다. 2도 화상 정도라고 하셨는데, 내가 집에서 그냥 놔뒀으면 어쩔 뻔했나 싶기도 했다. 예전에 모기 물린 데 십자 표시한다고 손톱으로 꾹꾹 눌렀던 기억이 났는데, 미국 피부과학회에서 권고하는 건 그냥 찬물로 찜질하고 깨끗이 씻는 게 다라더라. 그런 사소한 정보들은 잘 찾아보면서 왜 내 몸 상처에는 이렇게 무신경했는지, 진료실 조명 아래서 갑자기 내가 참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사 선생님은 술은 절대 금지라며 신신당부를 하셨지만, 사실 집에 가는 길에 친구를 만나 백숙에 소주 한 잔 할 생각뿐이었다. 피부과에서 독한 약을 처방해주면서 술은 안 된다고 하는 게 마치 관용구처럼 느껴졌다.

퇴근 후의 미묘한 개운함과 찝찝함

처치를 마치고 나오니 손가락이 밴드로 칭칭 감겨 있어 둔한 느낌이 났다. 밖은 이미 어두워졌고, 낮 동안의 그 번잡함이 조금은 가라앉은 상태였다. 병원을 나서면서 다음 주에 경과를 보러 다시 오라고 하셨는데, 솔직히 귀찮아서 다시 가게 될지는 미지수다. 물론 상처가 더 악화되면 어쩔 수 없이 가겠지만, 이렇게 일상이 조금씩 삐걱거리는 순간들이 쌓이는 게 나이가 들어간다는 증거인가 싶기도 하고. 척추 통증이나 이런 건 남의 일인 줄 알았는데, 손가락 화상 하나에 이렇게까지 호들갑을 떨게 될 줄은 몰랐다. 오늘 병원 진료가 정말 꼭 필요한 과정이었는지, 아니면 그냥 내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낸 세금 같은 것이었는지 잘 모르겠다. 일단은 집에 가서 씻는 것부터가 고민이다. 밴드에 물이 닿으면 안 된다고 했는데, 손을 안 쓰고 어떻게 씻어야 할지 막막하다. 이런 소소한 불편함들이 쌓여서 오늘 하루가 다 지나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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