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내려와 산 지 꽤 시간이 흘렀는데, 정작 동네 피부과 문턱은 넘기가 참 쉽지 않더라. 육지에서야 워낙 광고도 많고 대형 병원도 많으니 그냥 적당한 곳 골라 가면 그만이었는데, 여기서는 어디가 어디인지 통 알 수가 없었다. 노형동 근처를 지나다 보면 피부과 간판이 참 많은데, 사실 다 비슷해 보이고 어떤 곳은 너무 대놓고 광고하는 느낌이라 괜히 거부감이 들기도 했다. 결국 고민만 하다가 친구가 말해준 곳으로 예약 없이 그냥 무작정 찾아갔다.
예약 없이 방문해서 겪은 일들
신제주 쪽 피부과들은 대체로 오전 시간이 지나면 대기가 꽤 길다. 내가 간 곳도 그랬다. 평일 오후에 시간을 짬 내서 갔는데, 대기실에 사람들이 꽤 많아서 놀랐다. 턱 보톡스 하나 맞으러 가는 거였는데 왠지 모르게 민망하기도 하고. 상담 실장님이랑 마주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예상했던 턱 보톡스 말고도 자꾸 리프팅 레이저를 권하는 분위기였다. 가격은 대략 10만 원 안팎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예전에 뉴스에서 최양락 씨가 턱 보톡스 부작용으로 고생했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나서 조금 겁이 나긴 했는데, 막상 맞을 때는 그냥 주사 한 방이라는 생각에 너무 가볍게 여겼던 것 같다.
시술 직후의 묘한 이물감
주사 바늘 들어가는 느낌은 뭐, 늘 그렇듯 따끔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시술받고 나오는데 턱 근육이 평소보다 조금 뻐근한 느낌이 들었다. 병원에서는 금방 괜찮아질 거라며 주의사항이 적힌 종이를 건네주었는데, 그걸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고 가방에 쑤셔 넣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거울을 봤는데, 솔직히 당장 뭐가 달라진 건지 잘 모르겠더라. 오히려 한쪽 입꼬리가 미세하게 덜 움직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는데, 이게 기분 탓인지 아니면 부작용인지 알 수가 없어서 며칠간은 웃을 때마다 신경이 쓰여 죽는 줄 알았다. 거울 보면서 억지로 입꼬리를 올려보는데, 예전처럼 시원하게 웃어지지 않는 그 느낌이 정말 별로였다.
리프팅에 대한 뒤늦은 회의감
상담할 때 같이 추천받았던 리프팅 레이저는 결국 하지 않았다. 여에스더 씨도 제주에서 리프팅을 받아봤는데 본인 피부가 너무 얇아서 효과를 크게 못 봤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나도 내 피부가 얇은 편이라 레이저를 잘못 받으면 오히려 더 건조해지거나 예민해질까 봐 걱정이 앞섰다. 솔직히 말하면 피부과 가서 이것저것 다 하고 싶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과한 시술이 불러올 부작용이 더 무서운 게 사실이다. 남들이 좋다는 거 다 따라가다가 나중에 아수라백작처럼 얼굴 근육이 뒤틀리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들고.
결과적으로 남은 것들
한 달 정도 지나니 턱 보톡스 효과는 조금씩 나타나는 것 같았다. 턱이 미세하게 갸름해진 건 맞는 것 같은데, 이게 매일 거울을 보는 나만 아는 정도의 변화랄까. 막상 친구들은 아무도 모르더라. 오히려 돈만 쓴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괜히 마음이 헛헛해졌다. 시술하고 나서 거울을 더 자주 보게 된 게 제일 큰 변화라면 변화다. 내가 나를 더 관찰하게 된다는 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잘 모르겠다. 다음번에 또 갈 거냐고 묻는다면, 글쎄, 아마 다시 고민하게 될 것 같다.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으면서도, 나이 먹는 거 생각하면 또 마음이 흔들리고. 참 쉬운 게 하나도 없다. 제주시 어딘가에서 받았던 이 짧은 시술이 내 얼굴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아직도 완벽하게는 모르겠다.
